배스 조행
2006.6.6 안동 배스낚시
-=鬼神=-
2006. 6. 7. 12:20
6월 5일 퇴근후 안동으로 향했습니다.
주진교까지의 거리는 약 250Km..
혹시나 하는 걱정에 평소 사용하던 14LBS 라인을 풀어내고
샵에 들러 16LBS를 감았습니다.
밤 9시 30분경 주진교에 도착하여 부산에 계신 지인과 만났습니다.
반년만에 상봉한 지인과 주진교 일대에서 워킹낚시를 하였지만 전혀
조과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루어낚시 5년만에 안동에 대를 드리워 본다는건 무척 즐거운
일이였습니다.
밤 12시경 차에서 눈을 좀 붙이기로 했습니다.
4시경 일어나 고무보트를 부풀려 낚시를 시작한다는게 계획이였습니다.
하지만, 긴장과 기대와 공복이 어우러져 잠은 오지 않고..
지인과 저는 아예 잠을 포기하고 시내에 식사를 하러 가는쪽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이것이 저주로 들어서는 길목이 되었습니다.
시내로 가는 길에 자정이 지났음에도 오픈되어 있는 루어샵을 발견했습니다.
곤히 주무시는 여사장님의 단잠을 깨워 죄송했습니다만
주진교 외에 고무보트로 낚시를 할수 있는 포인트에 대해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며 의논중에
주진교는 분명 엄청난 인파가 몰릴것이며, 그속에서 고무보트와 가이드모터만으로
조과를 얻는다는건 불리하다는 결론이 섰습니다.
이것이 저주를 확정짓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벽 2시경부터 변경된 계획에 따라 이동을 하였습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길이 있어서 차가 다닌다기 보다는 차가 다녀서 길이 생긴
비포장을 네비게이션을 보며 방향짐작을 해가며 들어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길
수차례 반복하여 샵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포인트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포인트는 배수로 인해 마사토 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보트를 짊어지고 근 40m를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였습니다.
다시 주진교로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어떻게든 이곳에 띄울수밖에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저주의 손길이 서서히 목을 조여옴이 느껴졌습니다.
지인께서 그래도 최대한 물가쪽으로 붙여보려고 시도하던 중..
카니발 오른쪽 바퀴가 진흙탕에 완전히 빠져버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견인해보려 들어간 제 차도 견인은 커녕 간신히 빠지지 않고 돌아나왔습니다.
보트를 준비해야 할 황금같은 시간인 새벽 4시경에 맞이한 최악의 저주였습니다.
"아무나 허락치 않는..안동이란 이런 곳이구나.."
보트를 펴보지도 못하고 이대로 첫 출조를 마감하게 되는 분위기가 안동의
냉정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였습니다.
지인의 차가 위기에 처했는데 셔터질은 할수가 없었고, 황금같은 일출시간대는
계속 흘러가고..자포자기 하는 마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오전 10시경 지인은 일정이 잡혀있어 새벽낚시를 바짝 해보자는 계획이였는데..
한숨도 자지 않고 300Km을 달려온 결과는 너무 참혹했습니다.
결국 보험사 긴급출동을 통해 구난을 한 시각이 오전 7시경..
구난이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구난이 되었고
물안개가 가득한 안동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 포기할수는 없었습니다.
"형님, 어떻게든 띄워봅시다. 이대로 가면 다시는 안동에 올일이 없을듯 합니다"
포기했던 형님도 흔쾌히 동의합니다.
달콤한 유혹을 맛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벽의 엄청난 소동을 겪고 뒤늦게 시작된 낚시..
300 사이즈의 고무보트와 배터리 2개를 왕복 80m 가량 되는 거리를
운반하는 일은 입에서 단내가 나게 했습니다.
마치 바다에 있는듯한 장엄한 안동호는 역시 자연앞에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실감케 했습니다.
이 거대한 곳에서 가이드모터의 기동력만으로 배스를 만나겠다는게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았습니다.
마셔도 탈이 없을듯한 맑은 물은 수심이 얼마나 될런지 짐작조차 할수 없을 정도로
깊었습니다.
엄청난 수심에 패턴을 잡을수 없는 가운데 지인이 암벽지대에서 런커를
올려내며 안동호의 달콤한 유혹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사토로 이루어진 지형은 완전히 포기하고 암벽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인의 런커 후 저도 뒤질새라 한수..
첫번째 히트한 배스는 한참을 씨름끝에 수면으로 튀어올라 점프를 하는 순간
스피닝 6LBS 라인이 맥없이 터져나갔습니다.
항상 낚시인은 놓친 고기가 최대어라 주장하기 마련인데, 저역시도 그녀석이
가장 큰 녀석이였습니다.
엄청난 수심에서 올라오는 배스의 힘은 가히 폭발적이였습니다.
체질적으로 오버를 싫어하는 편입니다만, 한손으로만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힘을 보여줬습니다.
가장 잘 먹혔던 패턴은 스피닝 장비에 카이젤과 스위밍지그+컬리테일이였습니다.
깊은 수심이라 그런지, 큰 녀석임에도 불구하고 로드를 통한 입질 느낌은 거의
없었고 무게감이 느껴지면 훅셋, 혹셋 직후 미친듯이 드랙을 차고 나가는 식이였습니다.
"한마리를 잡아도 안동이다" 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충분히 공감할수 있는 말이더군요.
집 뒷산 매산저수지에나 어울릴듯한 녀석도 나왔습니다.
실물을 처음 보는 지인의 릴..
개인적으로 다이와 베이트릴을 좋아합니다만, 요즘 다이와는 조금 안일함이
느껴집니다.
시마노에서 DC를 개발하는동안 다이와는 권사량과 드랙력의 변화에 매혹적인
배색을 한 한정모델에만 너무 주력하는것 같습니다.
약 두시간의 즐거운 낚시후 철수..
진흙을 뒤집어 쓴 등산화가 얼마나 고된 노동후 낚시를 했는지 짐작케 합니다.
새벽의 저주가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포기했던 낚시가 이정도 즐거움을 준것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500Km의 거리와 그에 따른 비용은 부담스러운 면이 분명하지만
그 부담은 충분히 감수할만큼 매력이 한없이 저를 유혹하는 안동이였습니다.